또 꿩이 저 멀리 날아간다. 입만 열면 꿩이 먼저 반응하니, 저렇게 날아간 새가 몇 마리나 될지 이젠 세는 것도 지겹다. 오갈 데 없어 제주양로원에서 13년째 살고 있는 오재선 선생과 이야기를 나누면 쏘아올린 축포처럼 꼭 새가 난다. 내가 제주도 꿩과 대화하는 최초의 인간이거나, 새와 소통하는 비상한 능력을 가진 건 아니다. 우리의 만남을 축복하려 새가 비상하는 것도 아니다. 오재선 선생의 오른쪽 귀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. 왼쪽 귀도 기능을 많이 잃었다. 그에게 내 말을 전하려면 크게 소리지를 수밖에 없다. 그러면 귀 멀쩡한 ...